韩语朗读  아몬드2(杏仁)

韩语朗读 아몬드2(杏仁)

2022-01-04    03'18''

主播: whisper~~~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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介绍:
큰길은 골목으로 이어졌고 골목 양옆으로는 낡은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.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다. 무너져 가는 시멘트 벽 여기저기에 알 수 없는 붉은색 숫자며 ‘공가’라는 글자 따위가 적힌 게 보였다. 갑자기 누군가가 아, 하고 작게 소리쳤다. 아,였나, 어,였나. 아아아,였는지도 모른다. 아무튼 작고 짤막한 외침이었다.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. 점점 소리가 가까워졌고 그 외침은 으,가 되었다가 이이이,가 되기도 했다. 모퉁이 뒤에서 들리는 소리였다. 나는 지체 없이 모퉁이를 돌았다. 한 아이가 바닥에 누워 있었다.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작은 남자아이였다. 그 아이 위로 검은 그림자가 정신없이 드리워졌다 거둬졌다 하길 반복했다. 아이는 맞고 있었다. 짧은 외침은 그 아이가 내는 게 아니라, 그 애를 둘러싼 그림자들에게서 기합처럼 터져 나오는 소리였다. 그들은 아이에게 발길질을 하고 침을 뱉었다. 나중에서야 그들이 고작 중학생이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때 내 눈에 비친 그림자들은 다 큰 어른처럼 길고 거대했다. 아이는 이미 맞은 지가 너무 오래된 듯 저항을 하지도, 소리를 내지도 못했다. 그저 헝겊 인형처럼 이쪽저쪽으로 내팽개쳐지고 있을 뿐이었다. 그들 중 한 명이 마무리 동작처럼 아이의 옆구리를 내리찍었다. 그러고 나서 그들은 사라졌다. 빨간 물감을 뒤집어쓴 것처럼 아이의 온몸이 피로 물들었다. 나는 아이에게 다가갔다.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. 열한 살이나 열두 살, 그러니까 내 나이의 두 배쯤. 그런데도 형이라는 생각은 안 들고 아이인 것만 같았다. 아이의 가슴이 갓 태어난 강아지처럼 짧고 얕은 숨으로 빠르게 달싹거렸다. 꽤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