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를 외롭게 만드는 너에게
'나 많이 외롭다.'
내가 그렇게 말하면 넌 어떤 얼굴이 될까.
혼자일때 느껴지는 감정,
내 옆에 아무도 없다는걸 깨달았을 때의 공허함이나
손 내밀 곳 없을 때의 막막함,
그런게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했는데,꼭 그런건 아닌것 같아.
너가 결국은 나한테,그 사람이 아닌 나한테 이렇게 와 줬고 그래서 내 옆에는 너가 있고, 난 이제 너에게 자유롭게 전화를 걸수도 있는데
실은 나 요즘 많이 외롭거든.
언제나 너의 손을 찾아 쥐는건 나의 뜨거운 손.
언제나 못 이기는듯 잡히는건 너의 차가운 손.
처음엔 쑥스러움 때문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더라.
그저 붙들려 있던 너의 손이 한번씩 내 손을 힘주어 잡을때도 있었으니까.
그건 너가 불안함을 느낀 순간,
너의 마음에 다른 무엇이 찾아온 순간.
난 그 순간이 언제인지를 알아 버렸어.
오늘 우리가 함께 있는 동안 너가 손에 힘을 준건 두번이었어.
길을 걷는데 저만큼 간판에 적힌 글자가 그 사람의 이름과 같았을때,
복잡한 극장안에서 누군가가 그 남자와 같은 이름을 외쳤을때,
너의 손은 순간적으로 내 손을 놓았다가
다시 내 손을 더 꼭 잡았지.
그때 너의 눈동자가 얼마나 흔들렸는지,너는 보지 못했으니까 알지 못하겠지.
그 순간 내가 얼마나 참담했는지도 알지 못하겠지.
아직 많이 힘드니?
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?
혹시 내게 온 걸 후회하니?
너에게 손을 잡힌 채 길을 걸으면서
묻기에도 무서운 질문들이 자꾸 내 머릿속을 휘저은 오늘,
너가 내옆에 있는데
너가 내옆에 없어서
나는 너무 외로웠어.
:
혼자 먹을 저녁을 준비하다가 손가락을 베였을 때
아무리 찾아도 집 안에 반창고 하나가 없을 때
라디오를 껐는데 내 방이 너무 조용할 때
강아지도 잠들어 버렸을 때
우리의 다정함에 그대가 죄책감을 느낄 때
그대가 내 옆에 있기는 한데 반쪽만 있을 때
내가 그대의 1등이 될수 없을때
그런데도 그대는 나의 전부일때
나는 너무 외롭습니다.